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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누가 버린 건지 풀린 건지 며칠 전부터 검정색 큰 개가 돌아다니는 것을 목격했다

늘 돌이켜 생각해봐도 그 큰 개가 아마 까치의 어미였지 않았을까 싶었다

 

2016년 2월 10일

구정 명절이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매형이 점심 같이 먹자고 누나 태우고 차 끌고 집으로 온다고 해서

밖에 마중 나가 매형 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 매형 차가 가까워지는 것이 보였고

내 앞에 다 왔을 무렵 매형 차 옆 쪽에 주차되어 있던 다른 차량들 아래에서 검정색 새끼 강아지가

순식간에 매형 차로 뛰어들어서 다행히 매형 차와 충돌하기 전 사고를 막았다.

그것이 까치와의 인연.

 

2024년 1월 26일

늘 농담으로 입에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들고 까치 너 말고 이제 개를 키우는 일은 없을 거라고" 그랬는데

동물병원 의사도 원인을 모르겠다는 증상으로 이틀 만에 무지개다리를 건넌 까치.

무의식 상태라기에 안락사로 편하게 보내주길 희망했으나 의사는 안락사도 가해지는 고통이 심하고

보기에 몇 시간 안 남은 거 같으니 곁에서 편하게 보내주는게 어떻겠냐고 했다.

 

죽어가는 이놈을 조수석에 태우고 집으로 가서 있을까 어쩔까 하다가 농장으로 향했고

아버지 임종도 보지 못했는데 이녀석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봤다.

몇 시간이라는 말만 듣고 시골까지 갈 수 있는 시간이 좀 있을까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농장에 도착했고 식어버린 까치 입과 항문을 휴지와 물티슈로 닦아주고 땅을 팠다.

그리고 묻어주었고 집에 오니 긴장이 풀려서 그랬는지 오한과 두통, 구역질에 하루를 시달리고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어제를 보내고 마음이 조금은 진정된 거 같아 이 글을 남겨본다.

 

아직도 무의식 중에 여전히 곁에 있는거 같고 소리를 내면 문을 두드릴 거 같고

문을 열고 나가면 꼬리를 흔들고 쓰다듬어 주면 손을 핥아주며 반갑게 맞이해 줄 거 같고

나 역시 엄청나게 이놈에게 의지했었나 보다.

 

까치야 사랑한다. 나한테 와서 행복했고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